‘결과 없음’ 빈 화면 디자인하기 ①

슬픈 일러스트와 이탈을 막는 CTA 버튼 하나가 최선일까요?

KB알다 디자인 챕터
5 min readOct 6, 2024

Editor: 김은총 (Product Designer)

배민은 재치있는 브랜딩 언어로 사용자와 소통하는 제품입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시도 중 하나가 ‘텅’ 화면이었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배민에서 ‘텅’ 화면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대신 이런 화면이 노출됐어요.

‘텅’은 이대로 끝이지만, 제안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재치있는 데드 엔드 대신 사용자에게 본질적으로 어떤 가치를 더 줄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개선입니다. 바로 이번 아티클의 주제가 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Default의 함정

제품 팀은 본디 데이터가 있는 화면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그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기획을 시작했으니까요. 그러다 보면 우리는 엣지케이스를 뒤늦게 알아채기도 하고, 그다지 기쁘지 않을 유저 케이스도 마치 후발주자를 대하듯 뒤늦게 고민하게 됩니다.

Empty States, Empty Data 등으로 불리는 ‘결과 없음’ 화면은 알다 제품 안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리뉴얼 이전 화면으로, 현재는 일부 개선됐습니다.

문제의식을 느껴 지난 사내 스터디에서 언급했던 화면이기도 합니다. 피그마에서 일러스트 속 캐릭터와 마주칠 때마다 나이브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거든요. 우는 이모지를 쓰면 어떤 문제가 해결될까요? 슬픈 일러스트와 이탈을 막기 위한 CTA 버튼 하나가 과연 최선일까요?

‘결과 없음’ 문제 해결하기 ①: 더 많은 대출상품으로

결과가 없다는 문제를 대출 스쿼드에서 어떻게 해결했는지 1편과 2편으로 나눠 설명하려 합니다. 그 전에, 결과가 없는 게 왜 문제일까요?

우리나라에는 수백 개의 대출상품이 있습니다. 그 중 내게 맞는 단 하나를 찾기 위해 ‘대출비교’라는 기능이 알다에 존재합니다. 그러니까 하나 정도는 내 대출감이 있는 게 사용자의 기대이자 우리의 Default입니다.

하지만 대출이 모두 거절되는 상황도 빈번합니다. 소득이 잡히지 않거나, 기존 대출이 너무 많거나, 심지어는 나이 제한에 걸리기도 합니다. 80세 미만까지만 대출이 승인되는 등 상품별로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이죠.

수백 개의 대출상품 중 내가 받을 수 있는 대출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입니다. 온도와 감정이 느껴지는 VOC에서 이 문제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다수의 사용자가 제품보다 자신을 탓하곤 하거든요.

하지만 이게 정말로 사용자의 문제일까요?

우리는 정말 가능한 대출을 모두 보여주고 있을까?

그맘쯤 알다의 고인물(?)인 Product Manager 정민님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고 있었습니다.

알다는 금융위원회에서 선정한 대출 상품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이는 플랫폼과 계약을 맺고 대출 상품을 노출하기 위해 필요한 인증이기도 합니다.

반면 인증 조건만 따졌을 땐 결격이 없으나, 여러 이유로 조건을 유지하지 못해 계약이 끊긴 업체도 있었습니다. 이를 파악한 정민님이 제안 주신 아이템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이런 상품들을 광고로 노출하면 어떨까요?

우리가 생각한 문제는 ‘사용자는 이런 대출이 있는지조차 제품에서 알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정민님의 제안은 비즈니스 고객과, 더 많은 대출 기회가 필요한 사용자 고객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광고상품 노출] 아이템이었습니다.

회생자, 회복자, 파산자, 모두 거절자 Let’s go

처음 [광고상품 노출] 아이템의 기획은 계약상품의 알고리즘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하단에 광고상품을 노출하는 방향이었습니다. 상단에 배치된 상품의 금리 · 한도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하단의 차선책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흐름이었죠.

하지만 디자인을 진행하면서 ‘이미 다른 상품이 승인된 유저에게만 광고상품을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 대출이 모두 거절된 유저에게 추가적인 기회를 주는 게 더 큰 범위의 문제 해결이 아닐까?’는 방향으로 생각이 넓어졌습니다. 데이터적으로도 적지 않은 사용자가 대출비교의 자체적인 심사 시스템에서 거절되곤 했기 때문이죠.

이는 ‘상품이 모두 거절된 유저’라는 새로운 Segment가 제품에서 본격적으로 고려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에게 노출되는 거절 화면은 거절을 강조하기보다, 추가 상품을 제안하는 방향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실제로도 유저는 아직 받을 수 있는 대출상품이 남아 있었으니까요.

아이템을 배포하고 기록한 전환율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이후로 회생자, 회복자처럼 기존 Segment에 부합하는 광고상품도 추가했습니다. 거절이라는 문제의 해결 범위를 2배, 3배로 확장하게 만든 아이템이었다고 회고할 수 있었죠.

빈 화면 (X) 미니어처 랜딩페이지 (O)

이전 사내 스터디에서 여러 글을 찾아보다가, 마음에 오래도록 남은 문장을 발견해 이번 아티클에서 공유하고자 합니다.

‘데이터나 콘텐츠가 없는 화면을 단순히 빈 화면으로 생각하지 말고, 미니어처 랜딩페이지로 생각해보면 어떨까?라는 문장이었죠.

(이미지 출처)

이후로 저는 스스로가 관습적으로 디자인하고 있진 않은가? 한번 더 생각했는가?를 판단할 때 ‘결과 없음’ 페이지에 가장 먼저 주목합니다.

디자인 리뷰에서 사용자가 더 진행할 수 없는 화면이나 플로우가 등장할 때도 리더인 태길님을 필두로 반드시 해당 플로우를 짚고 넘어가는 편입니다. 정말 이게 끝일까요? 같은 질문과 함께요.

이렇듯 알다에선 데드 엔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결과 없음’ 화면을 개선했을까요? 시리즈 2편도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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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KB알다 디자인 챕터

대출비교 서비스 KB알다를 설계하는 KB핀테크 프로덕트 디자인 챕터입니다. | https://alda.onelink.me/V3MJ/vsossq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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