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은 주택담보대출 제품의 주소 입력 퍼널에서 발견한 문제와 솔루션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문제의식은 VOC로부터 시작했어요.
👨🌾 유저 343: 동을 입력했는데 없는 동이라고 나와요
신축 건물 등의 이유로 API 상에서 동이나 호수가 조회되지 않는 예외 케이스였습니다. 주택담보대출 제품은 아파트만 우선 취급하는 MVP로 시작했기 때문에, 오피스텔이나 단독주택처럼 동이 없는 건물 또한 해당 퍼널을 통과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따라서 사용자는 건물에 동이 없거나, 또는 동이 조회되지 않더라도 주소 입력 퍼널을 통과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사용자가 거주 중인 건물을 ‘없다’고 표기해야 할까?
초반엔 간단하게 [동이 없어요], [호가 없어요] 버튼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논의했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 사용자의 문제를 먼저 빠르게 해결하고,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추가 개선을 진행하고자 했어요.
그런데 보면 볼수록 참 이상한 화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령 우리가 검색 창에 102동을 입력했을 때, ‘102동이라는 데이터는 없다’는 응답을 받았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사실 API상으로 102동이 조회되지 않을 뿐 실제로 사용자는 102동에서 멀쩡히 잘 살고 있고, 제품도 당연히 그렇게 여겨야 합니다. API에서 102동이 조회되지 않는 건 다분히 일방적인 제품 이슈였어요. 사용자는 뒷단에서 기능이 동작을 하든 안 하든 그 상황 자체를 알 필요가 없었죠.
들어온 VOC의 뉘앙스 또한 ‘(지금 살고 있는) 동을 입력했는데 없는 동이라고 나와요’였는데도 불구하고, 검색 결과가 없다는 UI를 그대로 제공하면 사용자가 느낀 문제의식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님이 뭔데 지적 (X) 아~ 내가 디자인 추가 기회를 얻었구나 (O)
그래서 해당 주소의 동·호수가 조회되지 않더라도, 값을 입력하면 사용자가 입력한 데이터 그대로 진행할 수 있는 유동적인 형태의 ‘직접입력’ 버튼을 추가했습니다.
이번엔 Product Manager 정민님께서 의견을 주셨습니다. 동이 조회되지 않는 NO case의 사용자는 반드시 동을 직접 입력해야만 하는데, 이때 ‘직접 입력’ 버튼의 위계가 너무 낮지 않냐는 의견이었어요.
이처럼 다른 직군의 동료에게 디자인 관련 챌린지를 받았을 때, 처음엔 방어적인 자세로 논의에 임하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메이커 한 명의 의견이 디자이너의 인사이트와 더불어 전반적인 사용자 경험을 대변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배포 이전에 한번 더 사용자 경험을 고려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좋아’ 식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 말대로 화면을 다시 살펴보니 마치 우리가 이 퍼널이 엣지케이스라는 사실을 기저에 두고 만든 듯한, 정답같지 않은 소극적인 UI를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입력해도 당신이 곧 정답이다
사용자가 어떤 식으로 입력하더라도, 제품은 그 내용을 관대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API가 동을 받아오지 못하더라도 유저가 작성한 내용을 섣불리 ‘오답’ 또는 ‘애매한 정답’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따라서 최종적인 플로우는 ① 동과 호수가 조회된다면 객관식으로, ② 조회되지 않는다면 주관식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개선했습니다.
화면을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크게 색다르지 않은 구성이지만, 한 퍼널 안에서 정반대로 사고하는 과정이 필요한 솔루션이었습니다. 한 문장뿐인 VOC를 심도 있게 톺아보고, 동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면서 보다 유연하고 직관적인 플로우를 설계할 수 있었어요.
결론적으로 해당 플로우에서 ‘결과 없음’ 페이지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용자가 입력한 값이 곧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주소입력 퍼널의 전환율은 얼마나 개선됐을까요?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이 커지면서 진입 모수가 2~3배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호수 입력에서 이탈하는 사용자는 거의 없었습니다. 전국 모든 주택의 주소를 아우를 수 없는 API와, 관습적으로 복사+붙여넣기하게 되는 empty states 화면 대신 사용자의 입력 값을 그 자체로 신뢰했기 때문이에요.
정제되지 않는 데이터가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제휴사와도 싱크를 맞췄지만, 해당 개선에서 비롯된 질적인 문제도 존재합니다. 이 또한 데이터를 살피고 사용자 중심으로 개선하기 위해 스쿼드 인원 모두가 오늘도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결과 없음’ 아티클은 총 2편으로 마무리되지만, 빈 화면에 대한 치열한 고민은 KB알다 제품 안에서 실험이라는 이름의 3편, 4편으로 계속될 예정입니다. 🧑🎤
여러분의 제품 속 ‘결과 없음’ 화면은 어떤 모습인가요? 또 어떤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