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으로 일하기 위해 필요한 것

6개월차 초보 팀장의 고민

KB알다 디자인 챕터
8 min readSep 24, 2024

Editor : 김태길(디자인 팀 리더) Taekil Kim

정신을 차려보니 팀장이 되어 있었다

알다 팀에 합류한 지는 어느새 반년이 훌쩍 넘어간다. 핀테크라는, UXUI를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토스가 촉발시킨 선망의 영역이면서 동시에 돈 그 자체를 다루기에 디자인하기 까다롭고 가장 어렵다는 업종에 겁도 없이 도전한 것이다.

입사 전
지금

처음 알다 디자인 팀을 만난 건 올해 1월, 그러니까 새해가 되자마자였다. 그때는 다른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크루 리더인 정훈님께서 연락을 주셔서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눴었고, 며칠 지나지 않아 디자인 팀과도 한번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

알다 디자인 팀은 2명이었다. 핀테크 업계에서 선풍적인 패러다임을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고 생각했다. 그 두 사람과의 만남이 사실 나한테는 처음으로 제대로 된 디자인 팀으로써 일하게 된 시점이다.

지금까지의 경력을 살펴보면, 항상 초기 단계, 소규모의 팀에 합류해 유일한 디자이너로 서비스를 리드하는 경우가 많았다. 디자인을 책임지는 사람이지만, 내가 책임지는 같은 디자인 동료는 없었다. 물론 몇몇 회사에선 디자이너들과 같이 일했지만, 업무 영역이 겹친다거나 디자인 조직으로써의 역량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디자인 조직으로써의 경험은 전무했다. 그나마 자신 있던 건 디자인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고 시스템을 정비하는 Design Ops 였다.

그랬던 내가 디자인 팀을 먹여 살리는(?) 팀장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진짜 큰일났다 내가 팀장이라니 나 말고 너네가 큰일났어

팀워크라는 게 필요해져 버렸다

사람이 부족한 조직에선 어떤 일이 발생할까? 당연히 업무는 과중되고,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경우 담당자가 한 명이라면 차라리 낫다. 내가 가는 길이 곧 길이고 가이드라인이고 디자인 매뉴얼이고 원칙이기 때문이다.

1인 디자이너는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내 맘대로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디자이너가 2명이 되면 얘기가 180도 달라진다.

내 맘대로 디자인할 수 없다. 내 맘대로 디자인하면, 나와 함께 디자인 업무를 맡은 다른 디자이너는 어느 장단에 맞춰 디자인해야 하는 지 알 수가 없다. 나 역시 상대방이 마음대로 디자인해둔 것을 보면서 이걸 어디서부터 맞춰야 하나 막막해진다. 그래서 둘 사이에 규칙이 하나씩 생겨나고, 문서로 기록하기 시작한다.

버튼을 사용할 땐 이렇게 쓸 것, 색상은 이렇게 쓰지 않을 것 등 귀여운(?) 아젠다를 마치 트럼프과 시진핑이 무역 전쟁하듯 피터지게 논의하고, 조금씨 합의된 원칙을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그게 팀워크의 첫 단추다.

ㅎㅎ버튼 규격은 당연히 패딩으로 조절해야죠 / 그러면 인스턴스 스왑하면 다 깨지는 거 모르시나요ㅎㅎ

디자이너가 늘어나면 당연히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붙기 시작한다. 사소하게는 아이콘의 크기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버튼 텍스트의 라이팅 원칙이나 디자인 핸드오프를 작성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원칙과 규칙 안으로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때 업무가 몰리면서 여러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겹치면, 이제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제곱이 되면서, 규칙과 원칙을 만드는 것에 소홀하게 된다. 당장 눈 앞의 일을 치우기 급해진다. 디자인 팀으로써 디자인 업무에 집중해도 모자란데, 다른 업무까지 병행하면 이제 이 미스 커뮤니케이션의 에센스같은 것이 콜드브루마냥 농축되기 시작한다. 디자인 레거시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노션 어딘가에 백로그로 남겨져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숙제같은 거라고 보면 된다.

아니 나이가 서른이 넘었는데 왜 숙제 따위가 아직도 인생에 있는 것인가

팀으로 일한다는 건 이 레거시를 항상 관리 가능한 영역 안으로 들여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당장 규칙과 원칙을 만들 수 없어 서로 다르게 디자인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다름마저도 더 큰 개념의 원칙을 만들어 그 안에 있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칙의 원칙 정하기

팀으로 일하는 것은 단순히 서로 디자인하는 스타일을 통일하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하는 방식을 통일해서 얻어낸 결과물이 중요한 것이다. 여러 사람이 여러 스타일로 디자인하는 것을 하나의 원칙 안으로 통일할 수 있다면, 디자인 조직은 마치 한 사람이 디자인하는 것처럼 보일 지라도 사실은 여러 명이 동시 다발적으로 움직이고 있기에 업무의 진행 속도가 어마어마할 것이다. 즉, 디자인 자체에 계산이 불가능한 수준의 효율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한 사람입니다(아님)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말 한 사람처럼 모든 것을 일관성 있게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럼에도 조금씩, 한발씩 내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조금씩 ‘이렇게 하자'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든다면 이럴 수 있다.

버튼 컴포넌트를 팀에서 디자인했다. 각자 담당 영역에서 버튼을 사용할 때, 누구는 텍스트를 ‘구매하기’ 라고 쓸 거고, 누구는 ‘구매’ 라고 쓸 수도 있다. 그럼 논의가 시작된다. 디자이너들은 ‘-하기'를 쓸 것인가 쓰지 않을 것인가, 쓴다면 언제 쓰고 언제 안 쓸 것인가, ‘-하기' 를 쓰고 안 쓰고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어미를 잡을 것인가 등 테크니컬한 규칙도 있을 것이고, ‘-하기' 가 주는 행동 유도성에 대한 것도 다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버튼 컴포넌트의 텍스트에 필요한 UX Writing을 하나하나 정의하고 Do & Don’t 를 제대로 정의해야 버튼 컴포넌트의 텍스트를 정할 때 생겨나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제대로 줄어들고 효율이 극대화될 것이다. 하지만 버튼 텍스트의 케이스를 정의하고 있기에는 우리는 너무 바쁘다. 그렇기에 버튼을 사용하는 디자이너들이 각자의 방향대로 사용하게 두되, 적어도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정말 커다란 울타리부터 만들어 주자는 뜻이다.

1. 하면 좋은 행동에는 ‘-하기’ 를 권장합니다. ‘-하기’가 붙으면 행동에 대한 강한 의지가 실리기 때문입니다.
2. 이미 명사 형태로 완성된 경우 굳이 ‘-하기'를 붙이지 않습니다. 불필요한 표현을 걷어내 주세요.
3. 버튼의 길이가 너무 길어지는 경우에도 제외할 수 있습니다.
4. 흐름 또는 문맥 상 ‘-하기' 가 자연스럽다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앞선 내용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주세요.

이렇게 큰 원칙부터 세워두면, 아무리 다르게 하더라도 이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레거시의 규모가 줄어든다. 즉, 차이마저도 의도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팀으로 일한다는 것

결국 한참을 적어봤지만, 디자인 팀에게 필요한 것은 ‘원칙들을 만들어 나간다' 밖에 적지 못한 것 같다.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한다면, ‘서로 이야기하고, 서로에 대해 더 알고 이해하자' 가 될 것 같다.

결국 조직의 결속력을 다지는 건, 서로가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존재로 받아들이도록 꾸준히 이야기를 나누고 이해하는 것뿐이다.

존경도 좀 부탁합니다 여러분 굽신굽신

그럼에도 하나의 디자인 팀으로 일하는 실무적인 방법은 여전히 고민해보고 있다. 해볼 것이 너무 많기도 하고, 해보지 않아 두려운 것이 너무 많기도 하기 때문이다. 6개월차 초보 팀장으로서, 2명의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한 명의 디자이너로서 많은 시도와 도전을 경험하고 있다. 아직은 실패와 서툼의 연속이지만 그 과정에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우리 팀의 결속력을 더 굳건하게 만들어주리라 믿는다.

우리 팀은 현재 나를 포함해서 3명의 디자이너가 있다.

나를 포함해서 3명으로는 패러다임을 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고 생각했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젠 스크럼을 짜고 덤비는 하나의 디자인 팀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미 많은 것을 해내고 있고, 앞으로도 해낼 것이다. 다른 경쟁사들과 비교하더라도 일당백으로 잘 싸우고 있다고 확신한다. 나름 팀장으로써 구성원들이 성장하는 재미를 만들어 주고 싶다.

1+1+1은 3이지만, 팀으로써의 1+1+1은 ∞ 가 될 수 있다. 어느 다른 회사의 디자인 조직보다 더 큰 시너지를 낼 각오가 되어 있다. 원칙을 계속 세우고 우리의 디자인 방향을 꾸준히 fine-tuning 한다면 어느 순간 기하급수적인 성장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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