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이름으로 디자인하기
디자인 팀의 디자인 크리틱 진행하기
Editor : 김태길(디자인 팀 리더) Taekil Kim
우리는 모두 독립적이다
사람이란 자고로 모두 각자만의 주관을 가지고 살아간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이런 주관들이 쌓여서 하나의 가치관 덩어리를 가지고 가는 셈인데, 비단 일상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나 역시 조직 생활을 이제 8년쯤 하고 있는 중니어(주니어와 시니어 그 사이 어딘가…)지만 여전히 내 일상의 가치관과 내 직업적인 가치관을 일관되게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다. 어른이라는 건 이런 것일까…
독립적이라는 말은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우리 회사에서는 디자이너들이 각자 담당한 영역에 대해 독립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 즉, 각자의 디자인 영역에서는 각 디자이너가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라는 것이다.
DRI라는 개념은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처음 제대로 개념화했다고 하는데, 한국말로 하자면 ‘최종의사결정권자' 라는 뜻이다. 실제로 알다 팀에서는 3개의 스쿼드가 운영되고 있는데, 각 스쿼드의 디자인 최종 결정권은 담당 디자이너에게 있다. 어떤 의견이 나오든 결국 그 의견을 반영할지 말지는 디자이너의 결정을 따른다는 뜻이다. 물론 결과를 분석하고 반복적으로 개선하는 것도 책임지고 이끌어야 한다. 그만큼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이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고집과 주관 그 사이 어딘가
PM, DA과 긴밀히 논의해 설계한 아이템을 FE, BE와 함께 설계할 때 다양한 의견이 나오게 된다. UT 단계나 QA 단계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제품을 직접 우리가 쓰면서도 이런 건 어때요, 이게 더 낫지 않나요 등 의견이 굉장히 활발하게 공유된다.
이때 DRI를 가진(문장 호응이 이상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렇게 쓰고 있다…) 디자이너가 의견을 수렴하거나, 의견에 대해 반론을 펼치게 된다. 여기서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어려워 하는 지점이 생긴다.
나는 분명히 내 디자인이 더 나은 것 같은데, 그렇다고 상대방 의견을 모두 쳐내면 불필요한 고집을 부리는 것 같고, 그렇다고 수용하자니 내 주관 없이 요청을 모두 반영하는 오퍼레이터가 되어버리는 것 같을 수 있다.
또한 설득력 있는 제안을 하거나 반론을 하려면, 제품 전체를 두고 봤을 때 합리적이어야 할지 디자인의 목표를 기준으로 합리적이어야 할지 등 그 기준점도 알아야 하는데, 디자이너가 이것까지 이해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DRI가 아닌 DRT
알다에서는 스쿼드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진행하게 되면 PM, DA와 함께 해결할 부분, 목표 성과, 관측할 지표 등 초기 설계를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같이 진행한다. 그 이후 단계에는 디자이너는 유저 시나리오에 기반한 디자인을, PM은 플로우, 케이스 정리, 정책 정리 등 문서 고도화를, 개발자들은 각자 담당한 파트의 개발을 진행하게 된다.
이때, DRI를 가지고 이 아이템에 대해 의사 결정을 확실하게 내리기 위해선 디자이너가 스스로의 디자인에 설득력 있는 근거를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이 화면에서 해당 정보를 캐러셀로 제공해야 하는 이유라든가, 3초만 노출됐다 사라지는 토스트 대신 반드시 확인을 눌러야 사라지는 팝업을 써야 하는 이유 등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의견에 대해 고민이나 수용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우린 모두 독립적이고, 각자의 가치관이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근거를 가지고 의견을 주고 받는다. 그 과정에서 프로덕트를 설계해 나가는 디자인 팀으로써의 원칙이 다소 희미해지는 부작용이 있다. 누군가는 약간의 다크 넛지를 감수하더라도 성과 지향적으로 디자인을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윤리적인 디자인을 지향해서 목표치를 낮게 잡더라도 사용자 만족도를 올리는 게 낫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PM, DA와 함께 설계를 진행하면서, 디자인 팀으로써 지켜야 하는 원칙에 소홀하거나 또는 디자이너가 지켜야 하는 기본 UXUI 원칙을 미처 챙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팀으로써의 원칙이 잘 깔려 있으면 개인의 판단이 팀의 가이드라인 안에 있겠지만, 그 정도로 내재화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알다에서는 디자인 초안을 어느정도 준비한 시점에, 디자이너들끼리의 피어 리뷰를 진행한다. 내부적으로는 디자인 크리틱이라고 부른다. 우리 디자인 팀이 지켜야 하는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 우리가 합의한 UXUI 원칙이나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피드백을 주고 받는 시간이다.
DRI를 충분히 발휘하기 어렵다면, 개인이 아니라 디자인 팀이 디자인 의사 결정을 책임지는 DRT(Directly Responsible Team)의 형태가 되는 것이다.
독립적인 개인이 아닌 독립적인 디자인 팀으로
디자인 팀으로써 설계 단계에서 피드백을 주고 받게 되면 먼저 디자인을 어느정도 다 완료한 상태에서 불필요한 의견 교환을 하는 일이 줄어든다.
아무리 각 스쿼드의 아이템에 대해서 디자이너가 책임을 지더라도, 제품 전체를 조망하며 지켜야 하는 디자인의 방향과 결이 있다. 그 방향을 사전에 서로 조율하고 정렬할 수 있다. 어느정도 다 만들었는데 그때 가서 이렇게 했으면 안 됐다느니, 이렇게 하는 게 더 낫지 않냐는 이야기를 주고 받는 건 효율성을 떠나서 메이커 간의 상호 존중이 없는 좋지 않은 조직 문화다.
또한 꾸준히 크리틱을 진행하면서 우리가 팀으로써 지켜야 하는 원칙을 훈련할 수 있다. 크리틱을 진행하며 우리가 어떤 것을 지향하고 지양해야 하는 지를 계속 반복해서 학습해서 내재화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는 개인이 직접 의사 결정을 내리더라도 그것이 팀의 의견과 다르지 않은 잘 정렬된 의사 결정체가 만들어진다.
물론 단점 역시 있다. 스쿼드의 방향이나 전략과 디자인 팀의 의견이 충돌하게 되면 오히려 개인 대 개인의 갈등보다 더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스쿼드를 가장 먼저 이끌어 가는 직군은 PM이다. 디자인 조직으로써의 통합된 의견이 있다 하더라도 PM이 세운 스쿼드의 목표가 더 우선이기에, 이 부분에선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갈등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 게 제일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럴 수 없다. 반드시 충돌은 생기게 되어 있고, 그 충돌과 갈등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사실은 이 DRT의 핵심이다. 조직 전체에 디자인 팀의 원칙을 공유하고, 디자인 팀은 조직 전체의 원칙을 학습하는, 즉 조직과 조직이 서로 원칙을 맞춰 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독립적인 디자인 팀이라고 해서 디자인 팀이 회사 전체의 방향과는 별개로 의사 결정을 마구잡이로 한다는 뜻이 아니다. 디자인 팀이 독립적인 하나의 인격체처럼 행동하고, 디자인 원칙에 대해 하나의 통일된 의견을 제시하고 책임질 수 있는 성숙한 디자인 팀을 일컫는 말이다.
팀으로써 성장한다는 것
신입 때는 내 할 일 하기 바쁘다. 들어오는 요청을 쳐내기도 바쁘고, 내가 원래 해야 하는 일만 하기도 바쁘다. 그게 정상이다.
조금씩 경험이 쌓이면, 성장해야 한다. 나 혼자 100을 열심히 만드는 게 신입의 할 일이었다면, 경험이 쌓여 팀으로 일하기 시작하면 우리 팀이 80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 팀의 생각과 의사 결정을 계속 하나로 묶어내는 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시니어로 가는 방법이다. 그렇게 팀의 의사결정을 하나로 묶어냈다면, 이제 조직과 팀의 의사 결정이 하나가 되도록 묶어내야 리더가 된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갈등은 있을 것이고,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감정이 상할 수도 있다. 이때 우리는 더 잘난 걸 자랑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더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 모였다는 걸 끊임 없이 자각하고 기억해야 한다. 나와 너로 양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문제로 양분해야 한다. 그래야 팀으로써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양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만약 조직에서 개인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구성원들과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서로 계속 방향을 이야기해보자. 생각보다 더 다양한 방향, 다른 의견들이 혼재해 있을 것이다. 그 의견들을 정리해서 하나의 방향으로 계속해서 다듬어 나가는 조직이 결국엔 속도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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