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프콘, IT인의 축제로 발돋움하다
알다 크루분들과 지난 8월 2일 열린 인프콘 2024에 다녀왔습니다.
이전까지의 인프콘이 개발자의, 개발자에 의한, 개발자를 위한 느낌이었다면 올해로 3년차가 된 인프콘은 PM/PO와 디자이너를 위한 세션도 부족함없이 마련돼 있어 비로소 ‘IT인의 축제’라는 카피에 걸맞는 행사로 거듭났다는 느낌입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시점에서 인프런이 제공하는 타임 테이블을 만들어보면, 개발 세션을 중간에 끼우지 않고도 오로지 디자인 세션만으로 하루를 꽉 채울 수 있었어요. 102호에선 디자인과 관련된 세션이 계속해서 진행되는 방식이었습니다.

PM/PO 세션을 포함해서, 참여한 7개의 세션을 크게 두 갈래로 나눠봤습니다.
세션 1: 상생하는 디자이너
원티드 하이파이브 컨퍼런스부터 인프콘까지, 올해 참여한 UX 세션의 전반적인 기조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가?’보다 ‘어떻게 구성원을 설득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논리적인 문제 해결력만큼이나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고민하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동료와 회사의 문제를 해결하고 마침내 상생하고자 하는 디자이너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어요.
우아한형제들의 유다정 연사님이 진행한 <UX 라이팅, 느낌 아닌 논리로 설득하기> 세션에서 “UX 라이팅의 실질적인 작업 시간이 1이라면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시간은 9”라는 이야기는 <성공적인 UX 솔루션을 위한 5가지 key things> 세션에서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다시 등장할 정도였는데요 (…)

설득과 커뮤니케이션이 디자이너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면, 프레임워크 같은 나만의 무기를 장착함으로써 논리를 확보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에 휩쓸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힘을 탑재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사님 또한 UX 라이팅에서 ‘~요’와 같은 말투보단 필요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구성하는 논리적인 기획력이 우선되어야 하고, 유저 스토리를 작성하듯 사용자의 1) 상황/맥락을 이해하고 2) 사용자 동기를 파악한 뒤 3) 기대 결과를 통해 라이팅 목적을 달성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빠른 합의와 실행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단순한 디자인 방법론을 넘어 팀, 스쿼드 단위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합의점을 찾는 과정 또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어때 컴퍼니의 <성공적인 UX 솔루션을 위한 5가지 Key Things> 세션에선 우선순위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BRICE 모델의 메이커 중심적인 딜레마를 넘기 위해 PPF라는 고객 중심의 자체 프레임워크를 도입하기도 하고, 구성원 전체가 원팀으로 움직이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Code Prototype Sprint라는 일종의 사내 해커톤을 진행했다고 하네요. (요건 제가 알다의 컬쳐 길드에서도 이야기했었던 방향이라 무척 반가웠습니다!)

세션 2: 한계 없는 디자이너
디자이너 개인이 Z축으로 성장하기 위해 한계를 뛰어넘는 내용의 세션도 있었습니다.
IF Inc.의 강영화 연사님이 진행한 <10년 동안의 실패 이야기: 실패를 의미있는 일로 탈바꿈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한 세션이었는데요. 모든 사람이 성공 경험을 말할 때, 보이지 않는 실패 경험은 각자의 안에서 어떻게 덮어쓰기 됐는지를 줄곧 듣고 싶었거든요.
정말 궁금했습니다. 모든 디자이너가 김연아처럼 ‘그냥 하는거지’ 식으로 실패를 극복하는 걸까요?

실패가 곧 내가 되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려면, 사고의 흐름도 일종의 도식화를 거칠 필요가 있습니다. 연사님의 발표를 지금까지 3번 정도 들은 경험으로는, 강영화님은 나와 내 경험을 객관화/수치화함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문제를 유형 문제집처럼 명료하게 정리 ‧ 해결하는 전문가라고 느꼈어요. 얼마나 많은 경험과 고민이 선행되었는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요.

어쨌든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고, 내 안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연사님의 날것의 경험(?)을 통해 이해하고 가이드라인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디자인이라는 산업군을 넘어, 사람 대 사람으로서 아낌없는 지지와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또, AI 시대에 AI 세션이 빠질 수 없겠죠? Grab의 박주형, 이동연 연사님이 진행한 <AI 시대 디자이너의 실험: 사용자 행동 분석에 AI를 활용해 보기> 세션은 개인적으로 이번 인프콘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션이었는데요, 무려 AI로 UT를 진행한 이야기였습니다.
AI로 UT를 진행하다니 문장 그 자체로 비문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요… ‘AI가 디자인 프로세스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라는 고민에서 시작한 사이드 프로젝트였고, 텐센트의 인간 행동을 모방하는 AppAgent 모델을 이용해 제작했다고 합니다.

‘AI의 UT 결과가 정확한가?’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가령 디자이너가 의도한 CTA 버튼을 AI가 탭하지 않고 애꿎은 텍스트를 탭했다면, 디자이너는 한번 더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텍스트를 누르면 더보기가 될 줄 알았나?’, ‘혹시 이 텍스트 덩어리가 누를 수 있는 것처럼 보이나?’
AI를 정답으로 여기기보다, 사용자에게 보다 가까워지기 위해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플러그인으로서 유효하다고 생각했어요. UT를 진행하기 어려운 여건 속에선 충분히 고려할 수 있고, 혼자선 캐치하지 못한 엣지케이스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재 피그마 플러그인까지 배포되어 있다는 점! OpenAI API key가 있다면 실행할 수 있다고 하네요. (ChatGPT Plus 구독과는 별개입니다!)
마치며

회사의 많은 개발자 분들을 제치고(?) PM과 디자이너가 인프콘을 다녀왔고,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더 나은 협업을 위해 함께 PM 세션을 듣기도 하고, 프론트엔드 목걸이를 매고 계신 분이 디자이너 연사의 디자인 시스템 세션에 입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IT 직군 전체가 상호작용하며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세션 하나하나의 만족도와는 별개로,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경험은 늘 환기가 됩니다. 이전에 이미 읽었던 책을 이직한 뒤 한번 더 읽었을 때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던 경험이 있는데요, 컨퍼런스 또한 평소에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더라도 지금 회사와 스쿼드의 아이템을 생각하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올해 컨퍼런스를 통해 앞으로 더 성장할 인프콘도, 알다도 기대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