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에 집중하는 디자이너가 되려면

프로덕트 디자이너 이상효님과의 커피챗 후기

KB알다 디자인 챕터
8 min readSep 11, 2024

Editor : 이지은 (Product Designer)

어느덧 제가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일한지 3년이 지났습니다.

이전에는 UI 디자이너로 에이전시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지만, PD로서의 커리어는 알다에서의 경험이 유일무이 하다보니 지금부터 미래에 커리어를 어떻게 그려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어떠한 사람은 활발한 네트워킹으로 인사이트를 얻기도 하지만, 내향적인 저에게는 이 또한 에너지가 크게 소모되는 일이기에 주로 디자인 컨퍼런스를 보거나 활발한 SNS 활동을 하는 디자이너분들을 보고 도움을 받아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저에게 큰 동기부여를 주는 분은 프로덕트 디자이너 이상효님입니다.

디자이너에게 포트폴리오는 이직, 취업시 내 역량을 보여주는 첫 관문이기에 많은 시간을 들여 완성합니다. 상효님은 그 과정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꽤 예전부터 공개해왔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원티드에서 직접 만든 디자인 시스템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오픈하고, 독보적인 디자인 툴인 Figma의 국내 커뮤니티를 이끌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AI 라는 새로운 영역에도 도전하면서 많은 디자이너에게 엄청난 영감을 주고 계십니다.

저희 디자인 팀에서는, 팀의 성장과 디자이너로서의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교류의 장을 만들고 있는데요. 지난 효진님과의 커피챗에 이어, 정말 감사하게도 최근에 상효님과의 커피챗 자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때 나눴던 인사이트를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커피챗에서 나눈 이야기

당시 모든 답변을 기록해두지 않아 최대한 기억을 되살려 질답을 정리해보았습니다.

Q1. 상효님의 원티드 월급복권 포스팅이 인상깊었는데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중점적으로 고민했던 지점이 있으실지 자세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1.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집중해야할 목표 명확히 세우기

월급 복권은 유입시켜야 하는 목적이 컸기 때문에, 바이럴과 공유를 많이 유도하고자 했다. 그래서 디자인할 때 2개의 목표를 세웠다.

  1. 무료로 복권 긁을 수 있다.

2. 공유한 수만큼 월급복권을 받을 수 있다.

정규가 아닌 스팟성 업무로 디자인 자유도가 높았기 때문에, 디자인 시스템을 전파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다크모드를 함께 대응하였고 이때 정해진 타임라인 안에 기술적인 구현과 비주얼을 담당하는 BX 디자이너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 같은 디자이너로서 서로의 영역을 잘 존중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2. 목표를 달성했는지 트래킹하기

월급 복권으로 신규 가입자 수가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지표 달성에 성공했음에도 문제가 있었다. 응모만하고 이탈하는 유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스팟성 업무로 끝내지 않고 리텐션이라는 새로운 목표로 월급복권 시즌 2를 진행할 수 있었다.

Q2. 원티드에서도 시스템 사용에 대한 효율을 정기적으로 체크하셨나요? 또 디자인 시스템을 만드는 디자이너, 개발자 외의 구성원들에게도 디자인 시스템의 중요성을 인지시킬 수 있는 팁이 있으실지 궁금합니다.

  1. 일단 만들고 보여준다. 디자인 시스템은 꼭 코드화되어있지 않아도 효율적이다.

디자인 시스템은 구축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 때문에 초반부터 이해관계자에게 확장성에 대해 설득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원티드에 있을 당시에는 ‘슬로스’라는 플러그인으로 시스템을 사용해서 절약한 시간을 데이터로 뽑아낼 수 있었다.

피그마를 사용한다면 Organization 플랜으로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지만, 비용을 고려해보면 플랜 체인지는 디자이너가 4–5명 이상일 때 도입하는 걸 추천한다. 혹은 내부에서 간이 시스템을 사용하여 직접 디자인을 한것과 시스템 컴포넌트를 써본 것을 비교한 뒤 효용을 측정하는 방법도 있다. 디자인 시스템이 생기면 개발자 분들이 더 쓰고 싶어한다.

Q3. PD를 시작하면서 점점 디자인에는 정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함께 협업하는 동료에게 내 솔루션을 설득하는 게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 디자인의 중심를 잡으면서 설득을 잘 하는 팁이 있을까요?

  1. 디자인 기준점을 가지고 내 논리를 펼칠 수 있어야 한다.

나의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한테 1:1을 신청하고 이해하기 위해 질문을 많이 한다. 설득할 때는 디자인 프린시플을 중심으로 내가 디자인을 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들을 많이 어필한다. 이 과정에서 협의점을 많이 열어놓는데, 라포가 잘 형성되어 있다면 의견을 납득시키기 더 수월하다. 더 강력한 설득이 필요할 때는 프로덕트 헤드나 디자인 리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2. 반대로 내가 설득이 되지 않는다면

스크럼을 길게 해서 PO와 논의를 길게 하지만, 때에 디자이너가 설득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이 때 디자인을 들어가기 전에 의문점을 많이 소거하려는 편이다. 결국 고객과 비즈니스를 연결해서 가치를 준다면 그게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3. 설득을 위한 버드아이뷰 제작

피그마 도입이 필요한 시기에 ‘버드 아이뷰’를 만들었다. 버드아이뷰는 기획자나 디자이너가 전체 플로우를 보고 관련된 히스토리와 데이터를 누락없이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추진하게 된 계기 중에서는 피그마 도입의 초석을 다지려는 전략적인 목표가 있었다. 이처럼 도구를 적재적소에 만들어 이해관계자 설득에 활용하기도 한다.

Q4. 상효님이 생각하시는 ‘일잘러’란 한 마디로 어떤 동료라고 할 수 있을까요?

  1. 나에 대한 메타인지가 잘 되어있고 이를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

일을 잘 하려면 협업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역량을 잘 받쳐줘야 잘 기여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행동 기반으로 자기 자신을 설명할 수 있으면 디자인도 기대하게 되는 것 같다. 점점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자이너에게 인문학적인 소양도 요구되고 있다. 나 자신을 잘 알기 위해 남들한테 자신을 반복적으로 소개하거나 커피챗을 가져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는 커리어 로드맵을 그려서 한눈에 보면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일잘러’의 반대를 생각해보자면, 권위적인 이해관계자의 말에 휘둘리거나, 메신저 또는 서면의 글에 의존하는 사람의 경우 그렇게 느꼈다.

Q5. 국내 피그마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외적인 활동을 회사 업무와 겸할 때, 자신의 케파를 넘지 않게 조절하면서 함께 병행하는 팁이 있으실까요?

  1. 되도록이면 혼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업무와 연결시키려고 한다.

여럿이서 함께했을 때, 수익 없이 자발적인 의지로만 꾸리는 사이드 프로젝트는 멤버가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동기부여가 많이 떨어지므로 지금도 정말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하고만 하거나 대부분 혼자서 진행한다. AI doodle 인스타그램 계정도 혼자서 하고 있다.

작년에 개최한 피그마 컨퍼런스는 원티드라는 업종의 특성 상, HR과 연관 시킬 수 있는 점을 활용하여 연결시켰다. 이런 방법으로 대외적인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지속성을 만들고 있다.

높은 위치에 있는 박찬호가 팬들을 지치게 만들 정도로 투머치한 팬서비스를 했던 마인드처럼(TMI), 나도 디자인 자체가 좋고 그래서 포트폴리오를 나누고 싶었다. 관종력이긴 하지만,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었던 디자이너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Q6. 마지막으로 상효님이 그리는 커리어의 끝그림과 리더쉽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1. 창업을 하드모드로 했던 경험을 되새기며 디자인 교육에 힘쓰고 싶다.

지금까지 가장 강렬하고 좋았던 경험은 공동 창업이다. 앞으로 디자이너는 특수한 분야에 초전문가가 아닌 이상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회사는 미들급 이상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교육에 더 기회가 있을것이다.

끝그림을 그린다면 다시 창업을 하지 않을까. 내가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충실하면 그 끝에 도달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2. 이미 우리 스스로가 자기 인생의 리더이다.

리더쉽을 발휘하려면 주체적으로 인생을 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만약 미래에 리더로서 팀을 이끌게 된다면, 좋은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물어볼 것 같다. 여기서 파생되는 질문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상효님의 창업 스토리와 미라클 모닝 같은 루틴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들이 오갔고, 감사하게도 상효님께서 낯가림 없이 대해주셔서 궁금한 점들을 편히 여쭤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디자인 시스템 경험이 풍부하셔서 저희 팀에서 고민하고 있던 것들에 솔루션을 얻을 수 있었고, 협업 시 디자이너가 설득을 위해 어떤 것을 주도적으로 해야하는지 배운 의미있던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직무와 관련된 이야기 외에도, 상효님이 얼마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평소 어떤 마인드셋으로 선택을 하는지 대화에서 느껴저서 가장 좋았습니다. 그 중 하나는 멀리 있는 목표에 대한 집착보다 현재 내가 즐거운 일에 집중하는 마인드였습니다.

마지막에는 오히려 저희에게 어려움이 없는지 물어보셔서 지금 시기에 겪는 어려움과 커리어, 역량 강화, 리더십 등의 고민을 터놓고 이야기 하면서 커피챗이 아닌 멘토링을 받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걱정과 부담이 컸던 처음과 달리 상효님과의 만남은 시야를 넓힐 수 있는 멋진 경험이 되었고, 오히려 이 경험들이 다음 커리어의 작은 기반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바쁜 일정에도 시간내어 저와 디자인팀에 뜻깊은 인사이트를 공유해주신 상효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다음 행보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알다 디자인 팀과 상효님(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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